1920년대
친애하는 벗이여
친애하는 벗이여!
왜 잔소리를 하는가―
영혼을 가난케 하는 잔소리를!
기어코 잔소리를 하려거든
자갯돌 위를 흐르는 시냇물같이
잔소리를 하여라.
친애하는 벗이여!
왜 그다지도 신음하는가―
마음을 어둡게 하는 신음을
기어코 신음을 하려거든
바람에 휩쓸리는 삼림같이
신음하여라.
친애하는 벗이여!
왜 비웃는 것같이 웃는가―
초생달빛 같이 엷은 웃음을?
반드시 한번 웃으려거든
가없는 바다 위의 햇빛같은
넓은 웃음을 웃어라!
―시집「조선(朝鮮)의 마음」, 1924
주석
삼림(森林) 나무가 우거진 숲.
가없다 끝이 없다. '가없는 바다'는 끝없이 넓은 바다를 뜻한다.
조선(朝鮮)의 마음 변영로의 첫 시집(1924). 이 시가 수록된 출전이다.
심상·해설
벗에게 잔소리도 시냇물처럼, 신음도 바람 부는 숲처럼, 웃음도 끝없는 바다 위 햇빛처럼 크고 넓게 하라고 권하는 다정하고 환한 당부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