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생시에 못 뵈올 임을
생시에 못 뵈올 님을 꿈에나 뵐가 하여
꿈가는 푸른 고개 넘기는 넘었으나
꿈조차 흔들리우고 흔들리어
그립던 그대 가까울 듯 멀어라.
아, 미끄럽지 않은 곳에 미끄러져
그대와 나 사이엔 만리가 격했어라.
다시 못 뵈올 그대의 고운 얼굴
사라지는 옛 꿈보다도 희미하여라.
―「폐허이후(廢墟以後)」, 1924. 1
주석
폐허이후(廢墟以後) 1924년에 나온 문예 동인지. 이 시가 발표된 출전이다. 앞선 동인지 '폐허(廢墟)'의 후신이다.
격(隔)하다 사이가 막히거나 떨어지다. '만 리가 격했어라'는 만 리만큼 멀리 떨어져 가로막혔다는 뜻.
심상·해설
생시에 만날 수 없는 임을 찾아 꿈속 푸른 고개를 넘지만, 꿈마저 흔들려 가까울 듯 멀어지고 고운 얼굴이 옛 꿈보다 희미해지는 안타까움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