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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인 진리
1920년대

오직 하나인 진리

변영로 · 1920년대
갈피 알길 없는 이 누리에 자신(自信) 있게 말한 것 하나도 없네 그러나 단 하나 서슴치 않고 외칠 것은 제 나라를 잊고 제 겨레와 등을 짐은 죽되 두 벌 죽음을 죽음이어니 수(壽)가 다하여 죽으면 몸이 죽음이요 살아선 그 심혼(心魂)의 죽음을 뜻함이라. 어느 사람 들었는다 어느 뉘 보았는다 제 나라 제 겨레에 불의불충(不義不忠)하고서야 남에겐들 참되리란 그 소리를? 그 모습을? 라 둘 아닌 진리 인광(眞理 刃光) 같이 번뜩인다! 그네의 눈엔 조요(照耀)하는 양광(陽光) 밤그늘 같을게요 꽃의 향기(香氣)도 시와(屍臥)인냥 코에 맡칠지라 가엾이도 그릇된 생각 찬입김 불어내매 꽃은 시들고 노래는 그치고 눈물마저 말랐거니 제 어버이 미웁다 머나먼 곳 쫓을게매 제 자식 멀을 것 아쉬워 남의 아들 줄거나!

주석

두 벌 죽음 두 번 거듭 죽는 죽음. 육신의 죽음과 더불어 마음과 넋의 죽음까지 겪는다는 뜻으로 쓰였다.

심혼(心魂) 마음과 넋을 아울러 이르는 말.

불의불충(不義不忠) 의롭지 못하고 충성스럽지 못함.

인광(刃光) 칼날에서 번득이는 빛. '진리 인광 같이 번뜩인다'는 진리가 칼날의 빛처럼 날카롭게 번뜩인다는 뜻.

조요(照耀)하다 밝게 비쳐서 빛나다.

양광(陽光) 햇빛.

시와(屍臥) 주검이 누워 있음. '시와인냥'은 주검이 놓인 듯이.

심상·해설

제 나라와 겨레를 등지는 것은 몸과 넋이 함께 죽는 두 번의 죽음이라 외치며, 칼날처럼 번뜩이는 진리 앞에 햇빛도 어둡고 꽃향기도 주검처럼 느껴지는 준엄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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