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근음 삼수
1
머리에 하늘 이고 발은 땅을 디뎠건만
아득코 허전할사 가는 그 곳 어디멘지
발뿌리 내치는대로 진동한동 갈꺼나.
2
가다 해 저물고 山窮 水盡[산궁 수진] 앞 막히어
길가에 쓰러진 채 찬 이슬에 얼지언정
그렇다 한번 떠난 길 돌쳐섬이 있으랴.
3
초라코 하염없다 捕風捉影[포풍착영]이 한平生[평생]
찾는 것 가뭇없고 처지는 것 슬픔 뿐을
울부저 무엇할꺼나 이 악물고 살리라.
주석
근음 삼수(近吟 三首) '요즈음 읊은 시조 세 수'라는 뜻. 시조 세 편을 묶은 제목이다.
산궁수진(山窮水盡) 산이 다하고 물이 끊긴다는 뜻으로, 더 나아갈 길이 없는 막다른 지경을 이르는 한자성어.
포풍착영(捕風捉影)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붙든다는 뜻으로, 헛되고 종잡을 수 없는 일을 좇음을 이르는 한자성어.
진동한동 다급하여 허둥지둥하거나 비틀비틀 갈팡질팡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옛말.
돌쳐섬 가던 길을 되돌아서는 것.
심상·해설
산도 물도 다한 막다른 길에 찬 이슬을 맞으며 쓰러질지언정 되돌아서지 않고, 바람 잡고 그림자 좇는 헛된 한평생을 이 악물고 버텨 내려는 결연한 의지가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