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실제
꿈 팔아 외로움 사서
산(山)골에 살자 했더니
뭇 새 그 음성 흉을 내고
갖은 꽃 그 모습 자아내니
이슬 풀 그 옷자락 그립다네.
꿈 팔아 외로움 사서
바닷가 살자 했더니
물결의 수(數)없는 발 몰려들매
하늘과 먼 돛과 모래밭은
서로 짠 듯 갖은 추억(追憶) 들추인다
꿈과 외로움 사이 태어나서
외로움과 꿈 사이 숨지나니
별이 하늘에 박힌 듯이
달이 허공에 달리듯이
꿈과 외로움의 두 틈 사이
잠자코 말없이 살으리라.
―「문장(文章)」, 1939. 10
주석
실제(失題) 제목을 잃었다는 뜻, 또는 일부러 제목을 붙이지 않은 무제(無題)의 시를 이르는 말.
자아내니 '자아내다'는 어떤 감정이나 모습을 끌어내어 떠오르게 한다는 뜻.
심상·해설
외로움을 찾아 산으로 바다로 떠나도 새와 꽃과 물결이 자꾸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꿈과 고독의 좁은 틈에서 별처럼 달처럼 말없이 살아가려는 적막한 다짐이 잔잔히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