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하늘만 보아라
벗이어, 바다를 내다보지 말어라―
벌거벗은 어여쁜 색씨님네
「죽음으로 꼬이는 노래」부를라.
다만 이 젖같이 흐르는
멀고 깊고 푸른 하늘만 보아라.
벗이어, 숲 속을 기웃대지 말어라
간사스런 작은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너의 발자취 어지럽게 할라.
다만 이 젖같이 흐르는
멀고 깊고 푸른 하늘만 보아라.
―「동명(東明)」, 1922. 10
주석
죽음으로 꼬이는 노래 뱃사람을 노래로 홀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그리스 신화의 바다 요정 세이렌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벌거벗은 어여쁜 색시님네'가 그 유혹하는 존재이다.
동명(東明) 1922년 최남선이 창간한 주간지. 이 시가 발표된 출전이다.
심상·해설
죽음으로 꾀는 노래가 흐르는 바다도, 발자취를 어지럽히는 숲도 보지 말고 오직 젖처럼 흐르는 멀고 깊고 푸른 하늘만 바라보라는 맑은 당부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