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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고달픈 심장이여
1920년대

오, 고달픈 심장이여

변영로 · 1920년대
오, 고달픈 심장(心臟)이여 너는 길이길이 쉬어라 나는 떠나지 않을 줄 알았던 크나크던 망상(妄想)도 사라졌나니 사라졌나니 그 귀엽던 모든 속임수도 다 가고 말았다! 욕망(慾望)도 죽고 한 올(一條[일조])의 희망(希望)도 없다 이젠 길이 쉬어라, 뛸(動悸[동계]) 만큼도 뛰었거니- 이곳엔 가슴 울렁일 보람 있을 것 하나도 없다. 우리의 일생(一生)은 값 없어 다만 무료(無聊)와 고통(苦痛)뿐. 한숨 한 번 쉬일거린들 어디 있으랴. 또 조바심치 말고 마지막의 절망(絶望)을 찾아 대사기의(待死己矣)! 운명(運命)의 단 하나인 선물을-

주석

동계(動悸) 가슴이 두근거림, 또는 심장이 뛰는 것. 본문의 '뛸 만큼도 뛰었거니'에 한자로 병기되어 있다.

무료(無聊) 흥미 있는 일이 없어 심심하고 지루함. 또는 부질없고 보람 없음.

대사기의(待死己矣) 한문 투의 표현으로 '죽음을 기다릴 따름이다'라는 뜻. '己矣'는 '~할 뿐이다, ~할 따름이다'를 나타내는 종결의 어조사이다.

심상·해설

망상도 희망도 욕망도 모두 스러진 채 고달픈 심장에게 영영 쉬라 이르며, 죽음을 운명의 단 하나뿐인 선물로 기다리는 깊은 절망이 가라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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