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논개
거룩한 분노는
宗敎[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情熱[정열]은
사랑보다도 强[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罌粟花[앵속화])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蛾眉[아미]
높게 들리우며
그 石榴[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췄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江[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魂[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舊稿[구고])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娥眉)
높게 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주석
논개(論介)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함께 떨어져 순국한 의기(義妓). 이 시는 그 충절을 기린 변영로의 대표작이다.
아미(蛾眉/娥眉) 누에나방의 더듬이처럼 가늘고 고운 눈썹.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는 논개를 가리킨다.
앵속화(罌粟花) 양귀비꽃의 한자 이름. 핏빛처럼 붉은 빛으로 논개의 끓는 마음을 상징한다.
구고(舊稿) 옛 원고. 같은 시의 옛 표기 본을 함께 실어 둔 것임을 밝힌 표시다. 뒤에 이어지는 것은 현대 표기로 다듬은 본이다.
그 물결 위에 논개가 왜장과 함께 몸을 던진 남강의 물결. 강낭콩 꽃보다 푸른 물 위로 붉은 마음(충절)이 흐르라는 색채 대비가 시 전체를 이끈다.
심상·해설
강낭콩 꽃보다 푸른 남강 물결 위로, 양귀비꽃보다 붉은 충절의 마음이 흐른다. 아미를 높이 들고 석류 같은 입술로 죽음에 입맞춘 논개의 비장한 순간이 강렬한 색채로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