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외곬과 한쪽으로
곁눈질도 할 것 없이
뒤도 돌아볼 것 없이
말을 삼키고 피를 마시며
한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한 목표(目標)에만 두 눈을 팔고서
묵묵히 뚜벅뚜벅 나갈 것을
불에 놀래인 광구(狂狗) 같이
적포(赤布)에 성난 투우(鬪牛) 같이
사욕에 눈 어둔 정치이족수(政治二足獸)들
가로 달리고 세로 뜀박질하며
서로 물고 닿는대로 받는 바람
꿈도 못 꾸던 재액(災厄) 뒤를 잇고녀
물결이 물결을 안듯이
바람이 바람을 휩싸듯이
서로 안고 끼리끼리 휩싸서
흘러도 한곬으로만 흐르고
불려도 한쪽으로 불리우면
재 털고 일어서리 불사조(不死鳥)
우리 겨레!
우리 조국(祖國)!
주석
외곬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 또는 단 하나의 방법이나 방향. '한곬으로만'의 '곬'도 한 방향으로 트인 골짜기, 한 갈래를 뜻한다.
광구(狂狗) 미친 개.
적포(赤布) 붉은 천. 투우에서 소를 자극하는 데 쓰는 붉은 천을 가리킨다.
정치이족수(政治二足獸) 정치하는 두 발 달린 짐승이라는 뜻. 사사로운 욕심에 눈먼 정치인을 짐승에 빗대어 비꼰 말.
불사조(不死鳥) 재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전설의 새.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존재를 비유한다.
심상·해설
사욕에 눈먼 무리들이 미친개와 성난 소처럼 날뛰어 재앙을 부르지만, 물결과 바람이 서로 휘감듯 한 방향으로 모이면 재를 털고 일어서는 불사조 같은 겨레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