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벗들이여
구름인 다음에야,
설마 하늘보다 더 오래가랴ㅡ
벗들이여, 여기엔「믿음」뿐.
오랜 구름 그릇같이 깨어지고,
푸른 하늘 눈(眼[안]) 같이 트이니ㅡ
벗들이여, 여기엔 「바람」(希望[희망]) 뿐.
하늘빛이 몸에 배이고
먼 곳이 손에 잡힐 듯하니ㅡ
벗들이여, 여기엔「기쁨」뿐.
얼핏 저 빛 보았는지
깃발이 나부끼니ㅡ
벗들이여, 여기엔 「모임」뿐.
부실한 귀 헛들었는지,
어디선지 나팔소리 나니ㅡ
벗들이여, 여기엔「나감」뿐.
―시집 「조선(朝鮮)의 마음」, 1924
주석
조선(朝鮮)의 마음 변영로의 첫 시집(1924). 이 시가 수록된 출전이다.
심상·해설
오래된 구름이 그릇처럼 깨어지고 푸른 하늘이 눈을 뜨듯 트이며, 깃발이 나부끼고 나팔 소리가 울려 함께 나아가자고 벗들을 부르는 벅찬 장면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