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길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나오는 고가(古家)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 문 병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가자면
지금도
전설처럼
고가엔 불빛이 보이련만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날까 봐
몸을 소스라침은
비둘기같이 순한 마음에서……
주석
고가(古家) 오래된 집, 옛집.
나리꽃 백합과의 여름 꽃인 나리(참나리·하늘나리 등)의 꽃. 흰 나리꽃은 백합을 가리킴.
소스라침 깜짝 놀라 몸을 떨거나 움츠리는 것.
심상·해설
솔밭 사이 길을 따라가면 불빛 새어 나오던 옛집, 벌레 우는 가을과 눈 덮인 달밤, 병풍 속 사슴을 이야기하던 흰 손길들이 전설처럼 떠오르는 그리움의 장면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