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수수 깜부기
깜부기는 비가 온 뒤라야 잘 팼다.
아이들이 깜부기를 찌러
참새떼처럼 수수밭으로들 밀려갔다.
밭고랑에가 들어서
꼭대기를 쳐다보다
희끗 깜부기를 찾아내는 때는
수숫대는 사정없이 휘며 숙여졌다.
깜부기를 먹고 난 입은
까아매 자랑스러웠다.
주석
깜부기 깜부깃병에 걸려 까맣게 된 수수·보리의 이삭. 검은 가루가 생기며, 아이들이 따 먹기도 했다.
팼다 '(이삭이) 패다', 곧 곡식의 이삭이 줄기 끝으로 나오는 것을 이르는 말의 과거형.
찌러 '(이삭 따위를) 꺾으러, 따러'의 뜻으로 쓰인 방언적 표현.
심상·해설
비 갠 뒤 참새 떼처럼 수수밭으로 몰려가 깜부기를 따는 시골 아이들. 수숫대를 휘어 잡고 따 먹어 까매진 입을 자랑스러워하는, 천진하고 향토적인 유년의 정경이 정겹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