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잔치
호랑담요를 쓰고 가마가
윗 동리서 아랫말로 내려왔다
차일을 친 멍석 위엔
잔치국수 상이 벌려지고
상을 받은 아주머니들은
이차떡에 절편에 대추랑 밤을 수건에 쌌다
대례를 지내는 마당에선
장옷을 입은 색시보다도 나는
그 머리에 쓴 칠보족두리가 더 맘에 있었다.
주석
호랑담요 호랑이 무늬를 넣어 짠 담요. 가마를 덮는 화려한 장식으로 쓰였다.
차일 햇빛을 가리려고 마당에 치는 큰 천막.
이차떡 '인절미'의 방언. 찹쌀을 쪄서 친 뒤 콩고물을 묻힌 떡.
대례(大禮) 전통 혼례식. 신랑 신부가 초례청에서 맞절하고 혼인을 맺는 의식.
장옷 옛날 여자가 나들이할 때 머리부터 덮어쓰던 겉옷.
칠보족두리 칠보로 화려하게 장식한 족두리. 혼례 때 새색시가 머리에 쓰던 예장용 머리쓰개.
심상·해설
윗마을에서 내려온 혼례 가마와 차일 친 마당의 잔치국수상, 떡을 싸 가는 아주머니들로 떠들썩한 시골 잔칫날. 새색시의 칠보족두리에 눈길을 빼앗긴 어린 화자의 순박한 시선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