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동기
언니와
밤을 밝히는 새벽은
‘성사(聖赦)’를 받는 것 같아
내 야윈 뺨엔 눈물이 비오듯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이 뜨거워
언니와 보고지워 떠나가는 날은
천리길을 주름잡아 먼 줄을 몰라
감나무 집집이 빠알간 남쪽
말들이 거세어 이방(異邦)도 같건만
언니가 산대서
그곳은 늘상 마음에 그리운 곳―
오늘도 남쪽에서 온 기인 편지
읽고 읽으면 구슬픈 사연들
“불이나 뜨뜻이 때고 있는지
외따로 너를 혼자 두고
바람에 유리문들이 우는 밤엔 잠이 안 온다”
두루마기를 잡은 채
눈물이 피잉 돌았다.
주석
동기(同氣) 형제자매를 두루 이르는 말. 여기서는 언니를 향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성사(聖赦) 거룩한 용서. 가톨릭의 고해성사에서 죄의 용서를 받는 일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밤을 지새운 자매의 정과 정화의 느낌을 빗댄다.
이방(異邦) 낯선 다른 고장, 타향을 뜻하는 말.
심상·해설
감나무가 빨갛게 익는 남쪽에 사는 언니를 그리며, 새벽까지 함께한 밤과 멀리서 온 긴 편지를 읽다 눈물짓는 장면. 자매의 애틋한 정이 두루마기 자락과 핑 도는 눈물에 고스란히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