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1950년대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뉘도 몰래
멀리 멀리 가버리고 싶은 날이 있어
뫼에 올라 낯익은 마을을 굽어보다
빨―간 고추가 타는 듯 널린 지붕이―
쨍이를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차마 눈에서 안 떨어져
한나절을 혼자 산 위에 앉아 보다
주석
뫼 '산'의 옛말.
쨍이 '잠자리'를 가리키는 방언(평안도 등). 고추잠자리 등을 이른다.
심상·해설
산 위에 홀로 올라 빨갛게 마른 고추가 널린 지붕과 잠자리를 쫓는 아이들을 굽어보는 가을 마을 풍경. 떠나고 싶으면서도 차마 눈을 떼지 못하는 애틋한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