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제야
제운 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버린다
못 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떴다 가라앉았다
제운 밤 이 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희부얀 종이 등불 수줍은 걸음걸이
샘물 정히 떠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한해라 그리운 정을 모으고 쌓아 흰그릇에
그대는 이밤이라 맑으라 비옵니다
주석
제야(除夜) 섣달그믐날 밤. 한 해의 마지막 밤.
제운 밤 '제야(除夜)인 밤', 곧 섣달그믐 밤을 가리키는 말.
수심(愁心) 근심하는 마음. 시름.
정(淨)히 깨끗하고 정갈하게.
심상·해설
섣달그믐 깊은 밤, 찌르르 녹는 촛불과 어둑한 골목의 시름 속에서 흰 그릇에 한 해의 정을 담아 그대의 새해가 맑기를 비는 정갈하고 애틋한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