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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1930년대

하디

박용철 · 1930년대
I 천천히 말없이 걸으며 흙덩이를 깨는 다만 한 사람 함께 걸어가며 거반 조으는 비척거리고 끄덕거리는 늙은 말을 가지고. II 다만 불길 없는 얇은 연기가 북석이 풀덤불에서 오른다 그러나 이것은 마찬가지로 가리라 몇몇 왕조(王朝)가 지나더라도. III 저기는 새악시와 저의 사내가 휘파람을 불며 온다. 전쟁(戰爭)의 연대기(年代記)도 어둠 가운데 가려지리라 저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주석

하디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1840~1928). 영국의 소설가·시인. 이 시는 그의 'In Time of "The Breaking of Nations"'(1915)를 옮긴 것으로, 전쟁의 거대한 역사보다 밭 갈고 사랑하는 평범한 삶이 더 오래간다는 내용이다.

북석이 '북세기/북데기'의 방언으로 보이며, 타고 남은 풀·검불 더미를 가리킨다.

새악시 '새색시'의 옛말. 갓 시집온 젊은 여자, 또는 처녀.

심상·해설

왕조가 바뀌고 전쟁이 잊혀도 흙을 갈며 걷는 농부와 휘파람 부는 연인의 일상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역사의 격동 위로 묵묵히 흐르는 삶의 항구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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