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피리
빈 들을 휩쓸어 돌며,
때도 아닌 낙엽을 최촉(催促)하는
부는 바람에 쫓기어,
내 청춘은 내 희망을 버리고 갔어라.
저 말리 검은 지평선 위에
소리도 없이 달이 오를 때,
이러한 때에 나는 고요히 혼자서
옛 곡조의 피리를 불고 있노라.
주석
최촉(催促) 어떤 일을 빨리 하도록 다그치는 것. '재촉'과 같은 뜻의 한자어.
말리 '멀리'의 옛 표기.
심상·해설
낙엽을 재촉하는 찬 바람이 빈 들을 휩쓸고, 검은 지평선 위로 소리 없이 달이 오르는 밤, 홀로 옛 가락의 피리를 부는 쓸쓸한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