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서러운 해조
하이얗던 해는
떨어지려 하여
헐떡이며
피 뭉텅이가 되다.
샛붉던 마음
늙어지려 하여
고라지며
굼벵이 집이 되다.
하루 가운데
오는 저녁은
너그럽다는 하늘의
못 속일 멍통일러라.
일생(一生) 가운데
오는 젊음은
복스럽다는 사람의
못 감출 설움일러라.
주석
해조(諧調) 잘 어울리는 가락·조화. 제목 '서러운 해조'는 저녁과 젊음이 빚어내는 서러운 가락을 뜻한다.
고라지며 기본형 '고라지다'. 시들고 쇠하여 가는 모양을 이른다.
굼벵이 집 굼벵이가 들어 있는 고치·구멍. 활기를 잃고 웅크린 어둑한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멍통 멍이 든 자국, 곧 멍울. 겉으로는 너그러워 보여도 속에 든 상처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하얗게 타던 해가 헐떡이며 피 덩어리로 떨어지듯, 새빨갛던 마음도 늙어 굼벵이 집처럼 시들어 간다. 하루의 저녁과 일생의 젊음이 똑같이 감추지 못할 멍울이자 설움으로 포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