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봄하늘에 눈물이 돌다
동경(憧憬)의 비둘기를 높이 날려라,
흰구름 조으는 하늘 깊이에
마리아의 빛나는 가슴이 잠겨 있나니.
크나큰 사랑을 느끼는 봄이 되어도
봄은 나를 버리고 곁길로 돌아가다,
밝은 웃음과 강한 빛깔이 거리에 찼건만
나의 행복과 자랑은 미풍(微風)에 녹아 사라졌도다.
사람 세상을 등진 채 오랫동안
권태(倦怠)와 우울(憂鬱)과 참회(懺悔)로 된 무거운 보퉁이를 둘러매고
가장이 넓은 검정 모자(帽子)를 숙여 쓰고
때로 호젓한 어둔 골목을 헤매이다가
싸늘한 돌담에 기대이며
창(窓)틈으로 흐르는 피아노 가락에 귀를 기울이고
추억(追憶)의 환상(幻想)의 신비(神秘)의 눈물을 지우더니라.
봄날 허물어진 사구(砂丘) 위에 앉아
은실같이 고운 먼 시내를 바라보다가
물오른 풀잎을 깨물으며
외로운 위로(慰勞) 삼아 시(詩) 읊기도 하더니만
그마저도 얼어선 연스러워 인제는 옛꿈이 되었노라.
아아 나의 고달핀 혼(魂)이여
잃어진 봄이 다시 오랴 감은 눈을 뜨고
동경(憧憬)의 비둘기를 높이 날려라.
주석
동경(憧憬) 마음속으로 간절히 그리며 바람. '동경의 비둘기'는 그리움과 이상을 향한 염원의 상징.
마리아 성모 마리아. 흰구름 깊은 봄 하늘에 어린 거룩하고 자애로운 사랑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사구(砂丘) 바람에 모래가 쌓여 이루어진 모래언덕.
연스러워 '어설프고 부질없다'는 뜻으로 읽히는 방언 투의 옛말. 시 읊기마저 헛되게 느껴짐을 표현.
심상·해설
봄이 거리에 가득해도 나만 버림받은 듯, 챙 넓은 검정 모자를 눌러쓰고 어두운 골목과 허물어진 모래언덕을 떠돌며 잃어버린 봄을 향해 그리움의 비둘기를 날리는 우울한 방랑자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