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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기억
1920년대

죽은 기억

김억 · 1920년대
언제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쪼그리고 앉아선 머리를 숙이고 고요도 하게 하염없는 생각에 잠겼는 옛날의 서러운 기억. 좀도적놈처럼 삼가는 발걸음으로 살짝 와서는 잠잠한 맘 위에 지나간 그날의 먼지와 바람을 일으켜 놓고는 살짝 없어지는 기억. 오늘도 해는 넘어, 가까워오는 어둠의 넓다란 하늘에 별 눈이 하나 둘 열릴 때, 어둑스러운 흐릿한 맘의 구석에서 혼자서 살짝살짝 걸어오는 그 기억. 갔다가는 오고, 왔다가는 가는, (이렇게 해를 몇 번이나 거듭했노!) 머나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옛 꿈의 서러운 기억의 기억!

심상·해설

해 저물어 별이 돋을 무렵, 어두운 마음 구석으로 좀도둑처럼 살그머니 찾아와 옛날의 먼지를 일으키고 사라지는 서러운 기억의 되풀이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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