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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등불 얄굿고야
1920년대

저 등불 얄굿고야

김억 · 1920년대
무심타 흐르는물 돌올길 없건 봄바람 가을달을 뉘와 즐길고. 오늘밤은 맘대로 속 풀자건만 저燈불 폇다젓다 얄망굿고야. 流水無情不復來 春風秋月興誰杯 유수무정불부래 춘풍추월흥수배 今宵說盡平生志 會事燈花落又開 금소설진평생지 회사등화락우개 물가고 안오나니 그뉘와 즐기는다 이밤은 싸인속을 골고로 풀자건만 燈불이 껌벅거려서 어이할가 하노라.

주석

流水無情不復來 春風秋月興誰杯 한시 원문. '흐르는 물은 무정하여 다시 오지 않으니, 봄바람 가을달을 누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일까'라는 뜻. 김억이 이 한시를 우리말 시조로 옮긴 것이다.

今宵說盡平生志 會事燈花落又開 '오늘 밤 평생의 뜻을 다 말하려 하니, 마침 등불 심지꽃이 졌다 다시 핀다'는 뜻. 등화(燈花)는 등불 심지 끝에 맺히는 불꽃으로, 옛사람은 이것이 맺히면 길조로 여겼다.

얄망궂다 성질이나 행동이 괴상하고 얄미운 데가 있다는 옛말.

심상·해설

흐르는 물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세월 앞에서 홀로 깊은 밤을 보내는데, 속마음을 털어놓으려는 순간 등불마저 깜박거려 마음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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