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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카이얌의 시
1920년대

오마르 카이얌의 시

김억 · 1920년대
일(一) 깨어라! 지금 아침은 밤이라는 술잔에 돌을 던지어 뭇별을 도망케 하여라. 그러고 보아라! 동녘의 사냥꾼은 술탄의 작은 탑을 광명의 둥근 바퀴 속에 넣나니 이(二) 서광(曙光)의 왼손이 하늘에 있을 때 꿈꾸면서 나는 들었노라, 주막(酒幕)의 안에서 부르짖는 소리를, 「깨어라, 나의 아들이여, 술잔을 채우라, 생명(生命)의 술잔에 생명수(生命水)가 다 마르기 전(前)에.」 삼(三) 닭 소리가 들릴 때, 주막(酒幕)의 앞에 섰던 사람들은 부르짖어라,─ 「그러면 이 문(門)을 열어라, 얼마나 적은 동안을 우리가 머물며, 그리하고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것을 그대는 아나니」 사(四) 지금 새해는 오랜 원망(願望)을 다시 살리며, 생각 가득한 맘은 고독(孤獨)에 다시 곤비(困憊)하여서라. 나무 가지에 모세의 흰 손이 매달린 그곳에는 대지(大地)로부터 예수가 숨을 쉬어라. 오(五) 이람(Iram)은 자기(自己)의 장미꽃과 함께 갔는가, 그리하고 잠시드의 칠륜주배(七輪酒杯)는 알 길조차 없어라. 그러나 아직도 포도(葡萄)는 홍옥(紅玉)을 내이며, 물가의 화원(花園)에는 오히려 꽃이 피어서라. 육(六) 다윗의 입술은 담을 이었으나, 오히려 신성(神聖)하게 펠레비는 소리 높이 노래하여라. 「술! 술! 술! 새빨간 술이여!」─ 푸른 뺨을 새빨갛게 붉히고 나이팅게일은 장미에게 이리 부르짖어라. 칠(七) 와서 술잔을 채우라, 봄의 불 속에 너의 「뉘우침」의 겨울의 웃옷을 벗어 버리라, 나래를 치며 「때의 적은 새」의 날아가는 길은 짧지 않은가.─ 보아라, 지금 새는 나래를 치고 있어라. 팔(八) 바빌론과 나이샤푸르를 나는 모르노라, 그리하고 술잔이여, 쓰려고 쓰고 달려고 달아라, 생명(生命)의 술은 방울방울이 쉬지 않고 숨어 들어라, 생명(生命)의 목엽(木葉)은 한 잎 두 잎이 떨어지지 않는가. 구(九) 보아라, 날은 백천(百千)의 꽃을 가지고 깨었다가는 백천(百千)의 꽃은 그대로 흙 위에 흩어지지 않는가. 장미꽃을 피게 한 첫 여름의 이 달은 잠시드와 카이코바드를 데리고 가리라. 일십(一○) 다만 옛 벗 카이얌과 함께 오거라, 그리하고 잊혀진 카이코바드와 카이호스루의 운명(運命)을 그대로 두어라. 루스탐으로 하여금 자기(自己)의 맘대로 놀게 하며, 하팀 타이로 하여금 저녁 잔치에서 노래케 하여라,─ 조금도 그들을 관심하지 말아라. 일일(一一) 나는 다만 유사(流沙)와 경지(耕地)를 구별(區別)하는 풀밭이 흩어진 땅을 즐겨 하노라, 그곳에는 술탄이나 노예(奴隸)가 다 같은 것이더라, 자비(慈悲)하여라, 술탄 마무드여, 황금(黃金)의 옥좌(玉座)에서. 일이(一二) 여기 나무 아래에 몇 조각의 빵, 술병과 노래 책─ 그리고, 그대여 거친 들 안 나의 곁에서 노래하여라, 아아, 이리 되면 거친 들도 낙토(樂土)가 되지 않는가. 일삼(一三) 어떤 이는 불사자(不死者)의 행복(幸福)을 생각하며, 어떤 이는 오려는 예언자(預言者)의 정토(淨土)를 그려 하여라, 아아 정금(正金)을 취(取)하여라, 그리하고 다른 것은 버려라, 아아 멀리서 들리는 북소리의 용감(勇敢)함이여! 일사(一四) 여기 한껏 핀 장미꽃을 보지 못하느냐, 「나야말로 웃으면서 핀 세상(世上)의 꽃이노라, 나의 비단의 전대(錢袋)를 바삐 찢으라, 그러면 화원(花園)으로 보배가 떨어지리라」 일오(一五) 모든 사람을 채우는 세상(世上)의 희망(希望)은 재가 되고 말아라,─ 어떤 것은 번영(繁榮)하기는 하나, 오래지 아니하여 티끌 가득한 사막(沙漠)의 흰 눈과 같이 한두 때 빛나다가, 문득 스러지고 말아라. 일육(一六) 황금(黃金)의 종자(種子)를 배양(培養)하는 것이나, 비와 같이 바람에 그것을 뿌리는 것은, 한 번 묻은 뒤에 다시 파내는 금도금(金渡金)의 땅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가. 일칠(一七) 생각하여라, 문(門)가에는 밤과 낮이 번갈아 드는 이 쓸쓸한 카라반세라이의 집에는 어떻게 번화(繁華)롭게 술탄의 뒤를 술탄이 계속(繼續)하며 정명(定命)의 때에 살다가, 지나가지는 않는가. 일팔(一八) 도취(陶醉)와 광영(光榮)을 맘대로 하던 잠시드의 궁정(宮廷)을, 사자(獅子)와 장지 뱀이 수호(守護)한다고, 그리하고 이름 높은 사냥꾼 바흐람의 머리를 야려(野驢)가 밟고 지나가도 그의 든 잠은 깰 길 없다고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가. 일구(一九) 이따금 나는 생각하노라, 파묻힌 제왕(帝王)의 피와 같이 장미는 붉지 않으리라 하노라, 화원(花園)의 풍신자(風信子, Hyacinth)는 지금은 몸이 돌아간 미인(美人)의 머리로서 무릎에 떨어지어라. 이십(二○) 우리가 기대고 있는 강수(江水)의 입술을 뒤덮은 새파란 아름다운 풀잎─ 아아 가볍게 기대라, 보지 못하는 동안에 자라난 고운 입술임을 알리라. 이일(二一) 애인(愛人)이여, 술잔을 채우라, 오늘부터는 지나간 뉘우침과 오려는 무서움을 씻으려노라, 명일(明日)은?─ 작일(昨日)의 날의 칠천 년(七千年)과 함께 명일(明日)의 날에는 내 자신(自身)이 있지 않으랴. 이이(二二) 아아 아직도 살 수 있는 바를 다 낭비(浪費)하여라, 우리의 몸이 나중에 티끌 속으로 들어가기 전(前)에, 티끌에서 티끌 속으로 티끌 아래 눕게 하여라, 술도 없이, 노래도 없이, 그리고 가기(歌妓)도 없이,─ 끝끝내. 이삼(二三) 「오늘」을 위하여 예비하는 사람에게나 「명일(明日)」을 위하여 눈을 크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에진은 「어두운 탑(塔) 속」에서 부르짖나니,─ 「바보들이여! 너희의 상급(賞級)은 여기에도 없고 저기에도 없어라!」 이사(二四) 어찌하면 잘도 아는 듯이 양계(兩界)를 이야기하는 모든 성자(聖者)와 현인(賢人)들은, 어리석은 예언자(預言者)와 같이, 압박(壓迫)을 받아 내어 쫓기며, 경멸(輕蔑)받을 그들의 말은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그들의 입은 티끌 속에 묻히지 않는가. 이오(二五) 나도 젊었을 때에는 뜨거운 맘으로 여러 번(番) 박사(博士)와 성자(聖者)들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의 논증(論證)을 들었노라, 그러나 나는 언제나 들어가던 같은 문(門)으로 나왔노라. 이육(二六) 지혜(智慧)의 종자(種子)를 그들과 함께 나는 뿌리고 나는 내 손으로 그것들을 기르기에 힘썼노라, 그리하여 내가 거둔 모든 추수(秋收)는,─ 「물과 같이 왔다가는 바람과 같이 가노라」 이칠(二七) 「어찌하여」도 모르고 이 천지(天地) 속에 와서 「어느 곳」도 모르고 좋건 말건 물처럼 흘러 가나니! 거친 들을 불어 가는 바람처럼, 밖으로 「어디로」도 모르고 좋건 말건 불어 가나니 이팔(二八) 「어느 곳에서」 하고 묻지도 못하고 이곳으로 빨리 왔다가는 「어느 곳으로」 하고 묻지도 못하고 이곳으로 빨리 오게 되나니, 이러한 무례(無禮)한 기억(記憶)을 잊기 위하여는 다만 술잔을 채우라, 또 다른 술잔을 채우라. 이구(二九) 지구(地球)의 중심(中心)에서 일어나 제칠문(第七門)을 지나, 나는 올라가 토성(土星)의 옥좌(玉座)에 앉았노라, 길가에서 많은 매듭을 다 풀었으나, 인생(人生)의 죽음과 운명(運命)의 매듭은 풀 수가 없었노라. 삼십(三○) 나는 아무리 하여도 열 수 없는 문(門)이 있으며, 나는 아무리 하여도 뚫어 볼 수 없는 장막(帳幕)이 있어, 한동안은 「나」니 「너」니 하고 말하지마는 그곳으로만 들어가면 「나」나 「너」가 없어지고 말아라. 삼일(三一) 이 때에 흔들거리는 하늘에게 나는 물으며, 부르짖었노라,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는 어린아이를 인도(引導)키에 어떠한 등(燈)불을 운명(運命)이 가졌는가?」 하늘은 대답하되, 「맹목(盲目)의 이해(理解)를!」 할 뿐이러라. 삼이(三二) 이리 하여 흙으로 만든 이 술동이에서 생명(生命)의 비밀(秘密)의 옹달샘을 알려고 입술을 대이노라. 입술에서 입술로 옮길 때마다 소곤거리나니, 「살아 있는 동안에 마시라, 한 번 죽으면 두 번 다시 올 수 없어라」 삼삼(三三) 어떤 날 저녁에 나는 장거리에서 토기장이가 젖은 진흙을 두드리며 만지는 것을 보았노라, 그러고 듣기 어려운 목소리로 소곤거렸나니,─ 「고이나 곱게, 형제(兄弟)여, 부디 고이나 곱게!」 삼사(三四) 아아, 술잔을 채우라, 어떠한 이가 이리도 여러 번 우리의 발 아래에서 왔다 갔다 하는고! 명일(明日)은 아직 생각할 수 없고, 작일(昨日)은 죽었나니 오늘이 즐겁거든 그것들은 서러워할 것 없어라. 삼오(三五) 한 순간(瞬間)은 적멸(寂滅)의 거친 들에서 한 순간(瞬間)은 생(生)의 옹달샘을 맛보기에,─ 별들은 없어지고 카라반은 「무(無)」의 여명(黎明)을 향(向)하고 떠나나니,─ 아아 빨리 가거라! 삼육(三六) 얼마나 오랜 동안을 이것과 저것의 무한(無限)한 추구(追求) 속에서 노력(努力)하며 논쟁(論爭)하였는고? 아무것도 없는 쓴 과실(果實)을 서러워함보다는 효과(效果)없는 포도주(葡萄酒)와 즐거워 함이 나으리라. 삼칠(三七) 내 벗이여, 내 집에서 새로운 결혼(結婚)을 위하여 얼마나 오래 동안 내가 통음(痛飮)한 것을 그대는 알리라. 낡은 불모(不毛)의 「지(知)」를 내 잠자리에서 내어 쫓고 포도의 딸을 아내로 맞았노라. 삼팔(三八) 비록 「법(法)」과 「선(線)」, 또는 논리(論理)로 「상하(上下)」에 「있다」와 「없다」를 정(定)하더라도 알려고 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밝히기 어려운 것이란 없어라,─ 술밖에는.

주석

오마르 카이얌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수학자·천문학자 오마르 하이얌(Omar Khayyám, 1048~1131). 사행시집 『루바이야트(Rubáiyát)』로 유명하며, 김억은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영역본을 거쳐 우리말로 옮겼다.

술탄(Sultan) 이슬람권의 군주, 임금.

서광(曙光) 동틀 무렵의 빛, 새벽빛.

이람(Iram) 전설 속 사라진 낙원의 정원. 영화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잠시드(Jamshyd) 페르시아 신화의 전설적 왕. 일곱 고리가 새겨진 술잔(세계를 비추는 잔)으로 유명하다.

칠륜주배(七輪酒杯) 잠시드 왕의 일곱 고리 술잔. 온 세상을 비춘다는 전설의 잔이다.

다윗·펠레비 다윗은 성경의 시인 왕. '펠레비(Pehlevi)'는 옛 페르시아 말로, 여기서는 그 옛 가락으로 노래함을 가리킨다.

카이코바드·카이호스루·루스탐 모두 페르시아의 전설적 왕과 영웅들로, 『샤나메(왕서)』에 등장한다. 위대한 인물도 모두 흙으로 돌아감을 보여 준다.

하팀 타이(Hatim Tai) 아랍 전설에서 후한 인심으로 이름난 인물.

카라반세라이(Caravanserai) 대상(隊商)이 묵던 길가의 숙소. 사람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덧없는 세상을 비유한다.

바흐람(Bahram) 들나귀 사냥으로 이름난 페르시아의 왕. 정작 자신은 죽어 들나귀가 그 무덤을 밟고 다닌다는 무상의 상징이다.

무에진(Muezzin) 이슬람 사원에서 탑 위로 기도 시각을 알리는 사람.

포도의 딸 포도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메마른 지식 대신 술을 택했다는 뜻이다.

유사(流沙) 흐르는 모래, 사막의 모래.

정금(正金) 순금. 여기서는 현재의 삶이라는 확실한 가치를 비유한다.

심상·해설

밤이라는 술잔에 새벽이 돌을 던져 별을 쫓는 강렬한 장면으로 열려, 피었다 지는 장미와 흙으로 돌아간 옛 왕들을 노래하며 덧없는 삶을 술과 오늘로 끌어안으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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