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십일월의 저녁
바람에 불리우는
옷 벗은 나무 수풀로
적은 새가 날아갈 때,
하늘에는 무거운 구름이 떠돌며
저녁 해는 고요히도 넘어라.
고요히 서서, 귀 기울이며 보아라,
어둑한 설움[悔恨]은 어두워지는 밤과 함께,
안식(安息)을 기다리는 맘 위에 내려오며,
빛깔도 없이, 핼금한 달은 또다시 울지 않는가.
나의 영(靈)이여, 너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혼자 머리를 숙이고 쪼그리고 있어라.
주석
설움[悔恨] 원문에 한자 회한(悔恨)을 병기한 말. 뉘우치며 한스러워하는 서글픈 감정.
핼금한 해쓱한, 핏기 없이 창백한. 김억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영(靈) 넋, 영혼.
심상·해설
잎 다 떨군 11월의 숲 위로 저녁 해가 지고 창백한 달이 떠오르는 가운데, 고개 숙인 채 홀로 쪼그린 영혼의 쓸쓸함이 차갑게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