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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선녀
1920년대

봄의 선녀

김억 · 1920년대
꺾일 줄 모르는 회색의 깊은 안개에 잠겼는, 또는 볕도 없는 흐림의 그윽한 음울(陰鬱)의 날에, 내를 피우며 먼 미지(未知)의 나라로 오는 꽃수레의 구르는 소리에 하늘은 울며 땅은 흔들리어 가만히 푸른 길이 지어질 때, 아름다운 볕과 고운 꿈은 흐득이는 분수(噴水)의 맑은 곁에, 님프는 꽃밭에서 헤매이며 어린 양(羊)은 판신(神)과 함께 놀아라. 때소리의 긴 빗기움에 따스한 맘을 다같이 모아, 발 가에 엎드려 소곤거리나니,― 봄의 선녀(仙女), 평화의 님이여.

주석

님프 그리스 신화에서 산·강·숲·들에 깃들어 사는 아름다운 여성 모습의 정령(nymph).

판 신(Pan神) 그리스 신화의 목신(牧神). 염소의 다리와 뿔을 지닌 들과 목축의 신으로, 흔히 양 떼와 함께 등장한다.

내 '연기'를 뜻하는 옛말. '내를 피우다'는 연기를 피워 올린다는 뜻이다.

심상·해설

음울한 잿빛 안개 속을 뚫고 꽃수레가 굴러오며 푸른 길이 열리고, 님프와 어린 양이 노니는 꽃밭으로 봄의 선녀가 평화를 데려오는 환상적 장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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