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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의 노래
1920년대

선녀의 노래

박용철 · 1920년대
눈물짓지마 눈물짓지마 꽃은 새해에 다시피려니─ 키―츠 느릿한 나래질로 나는공중 떠다닌다. 끝없는 시냇물은 흘러흘러 내려간다. 젊은이야 가슴뛰여 하지마라. 저기파란 휘장드린 밝은창이 반쯤만 열려졌음 너를기다림이라고 ···느릿한 나래질로 나는공중 떠다닌다. 젊은이야 가슴죄여 하지마라 달을잠근 맑은새암 같은눈이 고운웃음 지어보냄 너를괴려함이라고 ···끝없는 시냇물은 흘러흘러 내려간다. 너로해서가 아니란다 내아이야 탐스러운 한송우리 모란꽃은 네눈기뻐 하렴인줄 믿지마라 지나든 나비하나 어느결에 품에든다. ···느릿한 나래질로 나는공중 떠다닌다. 솔잎사이 지저귀는 미영새를 네귀맞춘 노래인줄 알지마라 둘(이)만나 기뻐듸(치)며 건넌골로 사라진다 ···끝없는 시냇물은 흘러흘러 내려간다. 알아라 내아이야 너로해서가 아니란다. ···끝없는 시냇물은 흘러흘러 내려간다 아 그런줄 알았거든 그러한줄 알았거든 머리들어라! 눈물에 씻긴얼굴 깊은물속 헤어나온 얼굴같이 엄숙하게 전에없든 빛나려니 내아이야 외롬참고 사는줄을 배워라 느릿한 나래질로 나는공중 떠다닌다 끝없는 시냇물은 흘러흘러 내려간다

주석

키츠 (Keats) 영국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 머리글의 '꽃은 새해에 다시 피려니'는 그의 시상을 빌려 온 제사(題詞, 모토)이다.

나래질 '날갯짓'의 옛말. 선녀가 공중을 떠다니는 모양.

괴려함 '괴다'는 사랑하다의 옛말. '너를 괴려 함'은 너를 사랑하려 함.

미영새 휘파람새(또는 멧새)를 가리키는 옛 새 이름. 솔숲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

한송우리 '한 송이'의 옛 표기.

심상·해설

공중을 느릿이 떠다니는 선녀가 흐르는 시냇물을 후렴 삼아, 열린 창도 모란꽃도 새 노래도 '너 때문이 아니'라며 외로움을 견디라 타이르는 신비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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