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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건만
1920년대

밤이건만

김억 · 1920년대
노랑볕 서산(西山) 넘자 달은 동산(東山)에 등(燈)불 앞에 외로이 누엇노라면 천지(天地)에 밤든 탓가 고요한 것을 무어라 이 마음은 숭숭탄 말가. 斜暉西盡月出東 獨臥燈前萬事空 사휘서진월출동 독와등전만사공 天地夜來俱寂寞 如何煩腦此心中 천지야래구적막 여하번뇌차심중 서산(西山)에 해가 지자 동산(東山)에 달이로다 천지(天地)에 밤이 드니 모도다 잠든 것을 어찌타 이 마음속엔 뜬시름만.

주석

사휘(斜暉)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 곧 서쪽으로 기우는 저녁 햇살을 뜻한다.

숭숭탄 말가 (마음이) 어수선하다는 말인가, 뒤숭숭하다는 말인가의 옛말.

뜬시름 떠오르는 부질없는 시름, 까닭 없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근심을 뜻한다.

심상·해설

서산에 해가 지고 동산에 달이 떠오르는 밤, 등불 앞에 홀로 누우니 온 천지가 고요한데도 까닭 모를 시름만 마음속을 떠도는 적막한 밤의 심사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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