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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정두원
1920년대

시월의 정두원

오일도 · 1920년대
물새는 찍—찍— 잎사귀 바삭바삭. 한 걸음 두 걸음 세상과 멀어지는 곳. 높이 푸른 저 삼나무 몇 백년 자랐기에 저처럼 클까! 곧 하늘을 찌를 듯하여 나무 밑으로 걷는 인생이 더욱 작은가 싶어 우러러보곤 다시금 열누(熱淚)를 삼키다. 물새는 찍—찍— 잎사귀 바삭바삭. 여기, 청춘의 애수가 세월 함께 짙었도다. 한낮에도 햇볕 못 보는 검은 그늘에 여기저기 빈 벤치만 놓여 있을 뿐. 죽음의 나라처럼 사람 소리라곤 하나 들을 수 없고 실낱 같은 바람이 지나기만 해도 우수수 못가에 갈대가 운다.

주석

정두원(靜頭園) 조용한 정원이라는 뜻으로, 십월의 호젓한 공원·뜰을 가리키는 제목이다.

삼나무(杉나무) 원문의 '杉나무'로, 키가 곧고 높게 자라는 침엽수이다.

열누(熱淚) 뜨거운 눈물. 원문 '열누熱?'는 '熱淚(열루)'의 표기로 보인다.

심상·해설

한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 검은 그늘 속, 높은 삼나무 아래 빈 벤치만 놓인 호젓한 가을 공원에서 물새 울음과 갈대 소리만 적막하게 울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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