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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ED A TOY BRIDE
1930년대

I WED A TOY BRIDE

이상 · 1930년대
1밤 장난감 신부 살결에서 이따금 우유 냄새가 나기도 한다. 머지않아 아기를 낳으려나 보다. 촛불을 끄고 나는 장난감 신부 귀에다 대고 꾸지람처럼 속삭여 본다. "그대는 꼭 갓난아기와 같다"고··············· 장난감 신부는 어둔 데도 성을 내고 대답한다. "목장까지 산보 갔다 왔답니다" 장난감 신부는 낮에 색색이 풍경을 암송해 가지고 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 수첩처럼 내 가슴 안에서 따끈따끈하다. 이렇게 영양분 냄새를 코로 맡기만 하니까 나는 자꾸 수척해 간다. 2밤 장난감 신부에게 내가 바늘을 주면 장난감 신부는 아무것이나 막 찌른다. 일력. 시집. 시계. 또 내 몸 내 경험이 들어앉아 있음 직한 곳. 이것은 장난감 신부 마음속에 가시가 돋아 있는 증거다. 즉 장미꽃처럼··············· 내 가벼운 무장에서 피가 좀 난다. 나는 이 생채기를 고치기 위하여 날만 어두우면 어둔 속에서 싱싱한 밀감을 먹는다. 몸에 반지밖에 가지지 않은 장난감 신부는 어둠을 커―튼 열듯 하면서 나를 찾는다. 얼른 나는 들킨다. 반지가 살에 닿는 것을 나는 바늘로 잘못 알고 아파한다. 촛불을 켜고 장난감 신부가 밀감을 찾는다. 나는 아파하지 않고 모른 체한다.

주석

I WED A TOY BRIDE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는 뜻의 영어 제목. 이상이 1936년 발표한 산문시로, 인형 같은 아내와의 어긋난 부부 관계를 그렸다.

일력(日曆) 하루에 한 장씩 떼어 내는 달력.

밀감(蜜柑) 귤. 어둠 속에서 상처를 달래며 먹는 '싱싱한' 생명의 이미지로 쓰였다.

심상·해설

촛불을 끈 어둠 속, 우유 냄새 나는 인형 같은 신부가 바늘로 아무것이나 찌르고, 화자는 상처를 달래려 귤을 먹는다. 사랑과 거리감이 뒤엉킨 신혼 방의 서늘하고 관능적인 정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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