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달팽이
털버레가 나비 되어 꽃밭으로 가고
굼벵이가 매아미 되어 숲으로 가는데,
죄 ─ 그만 집 속에 쓸쓸히 주저앉어
주어진 운명을 달게 받는다고,
참새야! 웃지 마라, 흉보지 마라.
비록 날개 없어 날지 못할망정
보고 싶은 것을 가릴 수 있는 눈이
두 개의 뿔끝에 의젓하게 박여 있고,
비록 길지 못해 빠르지 못할망정
가고 싶은 데를 기어갈 수 있는 발이 있다.
달뜬 털버레가 나비로 몸을 바꾸고
건방진 굼벵이가 매아미로 변했다가,
찬 서리 나리는 저녁, 이름도 모를 덤풀 속에
송장처럼 쓸어져 슬픔을 씹고 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신세가 나는 좋단다.
주석
털버레 '털벌레(쐐기나방 따위 애벌레)'의 옛 표기.
매아미 '매미'의 옛 표기.
죄 여기서는 '죄다(전부)'가 아니라 '저 혼자·자기만'의 어감으로, 달팽이가 홀로 집에 들어앉음을 가리킴.
심상·해설
나비와 매미로 변신하는 다른 벌레들과 달리, 제 껍데기를 지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가 분수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정겹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