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이런 시
역사(役事)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危險)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必是)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悽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作文)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詩)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주석
역사(役事)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
목도(木徒) 무거운 물건을 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목도채로 메어 나르는 일,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인부.
필시(必是) 아마도 틀림없이.
변괴(變怪) 이상야릇하고 괴이한 일이나 사고.
내내 어여쁘소서 한글 창제 직후의 옛 편지 투를 흉내 낸 맺음말. '언제까지나 평안하고 아름다우소서'라는 작별의 인사.
심상·해설
공사판에서 캐낸 낯익은 돌이 하룻밤 새 자취 없이 사라지고, 그 돌에 부친 옛 편지투 연심이 자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듯한 자조적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