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첫사랑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 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 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 꽃이 피려 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 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주석
갈매 검푸른 빛, 짙은 초록을 띤 검푸름을 이르는 말. '갈매빛'에서 온 표현.
심상·해설
노을이 번지는 저녁, 달이 되어 그 사람 창가에 빛을 드리우고 싶은 마음과 숲속 외딴집 비둘기의 정경이 첫사랑의 설렘을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