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삽사리
그날 밤 그대의 밤을 지키던 삽사리 괴임직도 하이 짙은 울 가시 사립 굳이 닫히었거니 덧문이요 미닫이요 안의 또 촛불 고요히 돌아 환히 새우었거니 눈이 키로 쌓인 고샅길 인기척도 아니 하였거니 무엇에 후젓하던 맘 못 놓이길래 그리 짖었더라니 얼음 알로 잔돌 사이 뚫노라 죄죄대던 개울 물소리 기어들세라 큰 봉을 돌아 둥그레 둥긋이 넘쳐오던 이윽달도 선뜻 내려설세라 이저리 서대던 것이러냐 삽사리 그리 구름직도 하이 내사 그댈 새레 그대 것엔들 닿을 법도 하리 삽사리 짖다 이내 허울한 나룻 도사리고 그대 벗으신 고운 신 이마 위하며 자더니라.
주석
괴임직도 하이 사랑받을 만도 하구나, 귀여워할 만도 하구나. '괴다'는 옛말로 '사랑하다'의 뜻.
고샅길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이윽달 밤이 이슥하도록 늦게 뜬 달.
새레 '-은커녕'에 해당하는 옛말. '그대는 새레'는 '그대는커녕'의 뜻.
나룻 수염. 여기서는 삽살개의 텁수룩한 털을 가리킨다.
심상·해설
눈이 키만큼 쌓인 겨울밤, 촛불 환한 방을 둘러싸고 삽살개 한 마리가 그대가 벗어둔 고운 신을 이마로 받들며 지키는, 정성스럽고 그윽한 연모의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