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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
1920년대

칠석

한용운 · 1920년대
「차라리 님이업시 스스로님이되고 살지언정 하늘위의직녀성은 되지안컷서요 녜 녜」 나는 언제인지 님의눈을처다보며 조금아양스런소리로 이러케 말하얏습니다 이말은 견우의님을그리우는 직녀가 일년에한번식맛나는칠석을 엇지 기다리나하는 동정의저주엿습니다 이말에는 나는 모란꼿에취한 나븨처럼 일생을 님의키쓰에 밧부게 지나것다는 교만한맹서가 숨어잇습니다 아아 알수업는것은 운명이요 지키기어려은것은 맹서입니다 나의머리가 당신의팔위에 도리질을한지가 칠석을 열번이나 지나고 또 몃번을 지내엇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용서하고 불상히여길뿐이요 무슨복수적저주를 아니하얏습니다 그들은 밤마다밤마다 은하수를새에두고 마조건너다보며 이야기하고 놉니다 그들은 햇죽햇죽웃는 은하수의강안에서 물을한줌식쥐어서 서로던지고 다시뉘웃처합니다 그들은 물에다 발을잠그고 반비식이누어서 서로안보는체하고 무슨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은 갈닙으로 배를만들고 그배에다 무슨글을써서 물에띄우고 입김으로부러서 서로보냄니다 그러고 서로글을보고 이해하지못하는것처럼 잠자코 잇습니다 그들은도러갈때에는 서로보고 웃기만하고 아모말도아니합니다 지금은 칠월칠석날밤입니다 그들은 난초실로 주름을접은 련꼿의위옷을 입엇습니다 그들은 힌구슬에 일곱빗나는 계수나무열매의 노르개를 찻습니다 키쓰의술에취할것을 상상하는 그들의뺨은 먼저 깃븜을못이기는 자기의열정에취하여 반이나붉엇습니다 그들은 오작교를건너갈때에 거름을멈추고 위옷의뒤자락을 검사합니다 그들은 오작교를건너서 서로포옹하는동안에 눈물과우슴이 순서를일터니 다시금 공경하는얼골을 보입니다 아아 알수업는것은 운명이오 지키기어려은것은 맹서입니다 나는 그들의사랑이 표현인것을 보앗습니다 진정한사랑은 표현할수가 업습니다 그들은 나의사랑을볼수는 업습니다 사랑의신성은 표현에잇지안코 비밀에잇습니다 그들이 나를 하늘로오라고 손짓을한대도 나는가지안컷습니다 지금은 칠월칠석날밤입니다

주석

칠석(七夕) 음력 칠월 초이렛날 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은하수를 건너 만난다는 전설이 깃든 날.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다가 칠석날 까치와 까마귀가 놓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전설 속 부부 별. 견우는 견우성, 직녀는 직녀성을 가리킨다.

오작교(烏鵲橋) 칠석날 까마귀와 까치가 날개를 펴 은하수에 놓아 준다는 다리. 견우와 직녀가 이 다리를 건너 만난다.

은하수(銀河水) 밤하늘에 강처럼 길게 보이는 별 무리.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는 하늘의 강.

심상·해설

칠석 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갈잎 배에 글을 띄우며 그리워하다 오작교에서 포옹하는 견우와 직녀를 그리며, 진정한 사랑은 드러냄이 아니라 비밀에 있다고 노래하는 신비로운 밤 풍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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