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절제
튼튼한 몸이라고 몹시 쓸 줄 또 있으랴
쓸래야 안 쓰랴만 부질없이 안 쓸 것이
늘 써야 하는 이 몸이 한평생인가 합니다.
물보다 무흠튼 몸 진흙 외려 탓이 없다.
불보다 밝던지 해거멍만도 못하여라
바람같이 활발턴 기개 망두석 부끄러 합니다.
자는 잠, 잠 아니라 귀신 사람 그 새외다,
먹는 밥, 밥 아니라 흙을 씹는 맛이외다,
게다가 하는 생각이라고 먹물인 듯합니다.
죽자면 모르지만 명(命) 아닌데 죽을 것가
살자면 사는 동안 몸부터 튼튼코야
튼튼치 못한 몸을 튼튼히 쓰랴 합니다.
질기다면 질긴 것이 사람 몸엔 위 없으리.
하다가 마구 쓰면 질긴 것은 어디 있노
하여튼 방금에 괴로운 몸을 서러워합니다.
주석
해거멍 해의 검은 그림자, 곧 거뭇하게 흐려진 햇빛을 이르는 말.
망두석(望柱石) '망주석'의 옛말. 무덤 앞에 좌우로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
죽을 것가 '죽을 것인가'에 해당하는 옛 의문형.
위 없으리 '그 위가 없다', 곧 그보다 더한 것이 없다는 뜻. 원문 '우없어리'를 풀어 적음.
심상·해설
물보다 맑던 몸이 진흙처럼 흐려지고 밥조차 흙 씹는 맛이 된 채, 그래도 몸을 아껴 버텨 보려는 지친 자의 자조와 서러움이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