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박쥐
1930년대

박쥐

윤곤강 · 1930년대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관을 쓰고 살았다는 옛집에서 이야기로만 듣던 박쥐를 보다 먼 옛날 새떼와 짐승들이 편싸움을 할 제 꾀가 많은 박쥐는 싸움도 않고 구경만 하다가 새 편이 애써 싸워 이기면 얼른 새 편으로 날아가서 〈나는 날개가 있으니 새 편〉이라고 아양을 떨고 짐승 편이 애써 싸워 이기면 얼른 짐승 편으로 뛰어가서 〈나는 쥐처럼 생겼으니 짐승 편〉이라고 간사를 부리다가 새떼, 짐승떼에게 주리를 틀리고 쫓겨난 다음 새도, 개도, 닭도, 소도, 다 잠든 밤중에만 나와 잠든 꿀벌을 튀겨 잡아 먹는다는 박쥐들

주석

관을 쓰고 살았다 벼슬아치나 양반으로 행세하며 살았다는 뜻. 갓·관을 쓰던 옛 신분을 가리킴.

박쥐의 편싸움 일화 이솝 우화 '박쥐와 새와 짐승'에서 비롯한 이야기. 박쥐가 새 편과 짐승 편을 오가며 양다리를 걸치다 양쪽에서 다 쫓겨났다는 내용으로, 기회주의·이중성을 빗댐.

주리를 틀리고 '주리'는 죄인의 두 다리를 묶고 막대기로 비트는 형벌. 호되게 벌을 받았다는 뜻.

심상·해설

옛집에서 마주친 박쥐에 빗대어, 새 편과 짐승 편을 오가다 양쪽에서 쫓겨나 밤에만 숨어 다니는 기회주의자의 비루한 처지를 우화처럼 그려 낸다.

윤곤강의 다른 작품

비슷한 심상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