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님에게 (계생)
일생고락(一生苦樂) 맘 깊이 맹세하던 그날
사랑은 바다보다 깊었습니다.
그러던 걸 돌아서고 소식(消息) 없으니
이내 속 아닌 밤에 편(便)할 겁니까.
松栢芳盟日 思情與海深 송백방맹일 사정여해심
江南靑鳥斷 中夜獨傷心 강남청조단 중야독상심
그 님과 일생고락(一生苦樂) 맘 깊이 맹세할 제
바다가 상전(桑田) 되도 떠날 길 없었구나
그러나 가고 안 오니 이 맘 서러워하노라.
주석
계생(桂生) 조선 선조 때 부안 기생이자 여류 시인 이매창(李梅窓, 1573~1610). 이 시는 매창의 한시를 김억이 옮긴 것이다.
일생고락(一生苦樂) 한평생의 괴로움과 즐거움. 백년해로의 약속을 함축한다.
松栢(송백) 소나무와 잣나무. 변치 않는 절개와 굳은 맹세를 상징한다.
靑鳥(청조) 푸른 새. 옛 전설에서 소식을 전하는 새로, 여기서는 끊긴 소식을 뜻한다.
상전(桑田) 뽕밭. '상전벽해(桑田碧海)'에서 온 말로, 바다가 뽕밭 되는 큰 변화에도 변치 않음을 이른다.
심상·해설
바다보다 깊은 사랑을 마음에 새겨 맹세했건만, 임은 돌아서고 소식조차 끊겼다. 바다가 뽕밭이 되어도 변치 않으리라던 약속만 남아, 한밤중 홀로 가슴 아파하는 여인의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