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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이별
1920년대

거짓 이별

한용운 · 1920년대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때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事實)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 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無情)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치어서 낙화(落花)가 될까요 회색(灰色)이 되어 가는 두 귀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피는 식어 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希望)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日)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주석

도화(桃花) 복숭아꽃. 여기서는 발그레한 두 볼에 빗댄 표현.

두 귀밑의 푸른 구름 귀밑머리, 곧 검푸른 머리카락을 비유한 말.

심상·해설

닿지 못하는 입술과 세어 가는 머리카락 속에서도 마음만은 더 붉어지는, 이별이면서 이별이 아닌 '거짓 이별'의 애틋함과 식지 않는 희망이 함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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