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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마을
1920년대

벗 마을

김소월 · 1920년대
흰 꽃잎 조각조각 흩어지는데 줄로 선 버드나무 동구 앞에서 달밤에 눈 맞으며 놓기 어려워 붙잡고 울던 일도 있었더니라. 삼년 후 다시 보자 서로 말하고 어두운 물결 우에 몸을 맡기며 부두의 너풀리는 붉은 깃발을 어이는 맘으로도 여겼더니라. 손의 집 단간방에 밤이 깊었고 젊음의 불심지가 마저 그므는 사람의 있는 설움 말을 다하는 참아 할 상면까지 보았더니라. 쓸쓸한 고개 고개 아홉 고개를 비로소 넘어가서 땅에 묻히는 한 줌의 흙집 위에 뿌리는 비를 모두 다 보기도 하였더니라.

주석

동구(洞口) 마을로 드나드는 어귀, 마을 입구.

어이는 맘 ‘애를 에는(애끊는) 마음’. 몹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뜻한다.

손의 집 나그네(손님)가 머무는 집. ‘손’은 길손, 나그네.

불심지 등잔이나 초의 심지. 여기서는 꺼져 가는 젊음·생명을 비유한다.

그므는 ‘(불이) 사그라지는, 가물거리며 꺼져 가는’의 뜻.

참아 할 상면(相面) ‘차마 못 할 만남’의 뜻. 마주 보기 괴로운 마지막 대면을 가리킨다.

흙집 흙으로 덮은 무덤. ‘한 줌의 흙집’은 작은 무덤을 이른다.

심상·해설

달밤 버드나무 아래 헤어진 벗을 삼 년 뒤 병들어 죽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아홉 고개 너머 한 줌 무덤에 비 뿌리는 광경을 모두 본 이의 깊은 비애가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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