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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몽1
1920년대

풍랑몽1

정지용 · 1920년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물 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 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 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주석

풍랑몽(風浪夢) 바람과 물결, 곧 풍랑 속에서 임을 기다리며 꾸는 꿈이라는 뜻의 제목.

오시랴십니가 '오시려 하십니까'의 옛 표기.

은회색(銀灰色) 거인 은빛이 도는 잿빛의 거대한 형상. 사납게 밀려드는 파도나 안개를 빗댄 표현.

낯가림 얼굴을 가리는 일. 새벽달이 구름을 벗고 드러나는 모습을 빗댄다.

행선배(行船배) 떠나가는 배. '행선(行船)'은 배가 길을 떠남.

심상·해설

오신다는 임이 포도빛 밤처럼,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는 잿빛 거인처럼, 혹은 낯가림을 벗는 새벽달처럼 어떻게 오실지 거듭 묻는 기다림 끝에, 궂은비 자욱한 포구에서 떠나는 배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쓸쓸함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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