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꿈을 깨니
꿈을깨니 바람비 몸에 숨인다
한세상 살아가기 이닷 어렬가.
들뽀우라 의좋이 앉은 저제비
어느때나 우리님 돌오실는가.
몽파수풍우 침음행로난
은근냥상연 하일환인환
꿈깨니 쓸쓸코야 바람비 숨여드네
한세상 살아가기 이다지 어려울가
제비라 의좋은양을 못내그려 하노라.
주석
몽파수풍우 침음행로난 / 은근냥상연 하일환인환 원시의 한시 부분. ‘꿈을 깨니 비바람에 시름겨워 길 가기 어려움을 나직이 읊조리고, 은근히 들보 위의 제비여 어느 날에야 떠난 사람을 불러 돌아오게 할까’라는 뜻. 김억이 옛 한시를 우리말로 옮긴 역시(譯詩)이다.
행로난(行路難) ‘길 가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세상살이의 험난함을 비유하는 한시의 오랜 제재.
양상연(樑上燕) 들보 위의 제비. 짝지어 깃드는 제비는 화목과 임의 귀환을 떠올리게 한다.
심상·해설
꿈에서 깨어 비바람 스미는 쓸쓸함 속에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곱씹으며, 들보 위 다정한 제비를 바라보면서 떠난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