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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1920년대

폭포

정지용 · 1920년대
산골에서 자란 물도 돌베람빡 낭떠러지에서 겁이 났다. 눈뎅이 옆에서 졸다가 꽃나무 알로 우정 돌아 가재가 기는 골짝 죄그만 하늘이 갑갑하다. 갑자기 호숩어질랴니 마음 조일 밖에. 흰 발톱 갈길이 앙징스레도 할퀸다. 어쨌던 너무 재재거린다. 나려질리자 쭐삣 물도 단번에 감수했다. 심심산천에 고사릿밥 모조리 졸리운 날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네. 산수 따러온 신혼 한쌍 앵두같이 상기했다. 돌뿌리 뾰죽 뾰죽 무척 고부라진 길이 아기 자기 좋아라 왔지! 하인리히 하이넷적부터 동그란 오오 나의 태양도 겨우 끼리끼리의 발꿈치를 조롱 조롱 한나잘 따러왔다. 산간에 폭포수는 암만해도 무서워서 기염 기염 기며 나린다.

주석

돌베람빡 돌로 된 벽, 돌벽. '베람빡'은 바람벽(방을 둘러막은 벽)의 사투리.

우정 일부러, 짐짓의 옛말·사투리.

호숩어질랴니 물이 갑자기 곤두박질쳐 아찔하게 솟구치려 하니. '호숩다'는 높은 데서 떨어질 때의 아찔한 느낌.

재재거린다 재잘거린다. 물이 잇따라 소리 내며 흐르는 모양.

쭐삣 쭈뼛, 갑자기 곤두서는 모양.

심심산천(深深山川) 깊고 깊은 산천, 인적 없는 깊은 산속.

고사릿밥 고사리의 어린 순. 여기서는 산나물 고사리를 이른다.

송홧(松花)가루 소나무 꽃의 노란 꽃가루.

하인리히 하이네 독일 낭만주의 시인 Heinrich Heine(1797~1856).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 그의 시 전통을 빗댄다.

한나잘 한나절, 하룻낮의 반(半).

심상·해설

산골 물이 낭떠러지 앞에서 겁먹고 머뭇대다 단번에 곤두박질쳐 폭포가 되는 과정을, 송홧가루 노랗게 날리고 앵두처럼 상기한 신혼 한 쌍이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는 봄 산의 활기와 겹쳐 발랄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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