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유리창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닥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주석
열없이 맥없이, 멋쩍게. 또는 까닭 없이 머쓱하게.
폐혈관(肺血管) 폐의 혈관. 폐결핵으로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담은 시어로, 찢어진 폐혈관은 죽은 아이의 병과 죽음을 암시.
심상·해설
캄캄한 밤 홀로 유리창을 닦으며 입김으로 흐려진 창에 죽은 아이의 환영을 보는 아버지의 절제된 슬픔, 물 먹은 별이 보석처럼 박히는 차고 황홀한 비애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