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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과황하
1930년대

심야과황하

심훈 · 1930년대
별그림자……그믐밤의 적막(寂寞)을 헤치며 화차는 황하(黃河)의 철교(鐵橋) 위를 달린다 산(山) 하나 없는 양안(兩岸)의 묘망(渺茫)한 평야(平野)는 태고(太古)의 신비(神祕)를 감춘 듯 등(燈)불만 깜박이고 황하(黃河)는 장사(長蛇)와 같이 꿈틀거리며 중원(中源)의 복판을 뚫고 묵묵(默默)히 흐른다. 찬란(燦爛)하던 동방(東方)의 문명(文明)은 이 강(江)의 물줄기를 따라 일어났고 사억(四億)이나 되는 중화(中華)의 족속(族屬)은 이 연안(沿岸)에서 역사(歷史)의 첫 페이지를 꾸몄거니. 이제 천년(千年) 만년(萬年) 굽이져 흐르는 물줄기는 싯누렇게 지쳐 늘어지고 이 물을 마시고 자라난 백성(百姓)들은 아직도 고달픈 옛꿈에 잠이 깊은데 난데없는 우렁찬 철마(鐵馬)의 울음소리! 무심(無心)한 나그네를 싣고 화차(火車)는 황하(黃河)를 건넌다. 1920.2

주석

심야과황하(深夜過黃河) '깊은 밤 황하를 건너다'라는 뜻의 한문 제목.

화차(火車)·철마(鐵馬) 둘 다 기차를 가리킨다. '철마(쇠말)'는 우렁차게 달리는 기차를 비유한 말이다.

양안(兩岸) 강이나 하천의 양쪽 기슭.

묘망(渺茫)하다 아득히 넓어 끝이 없다.

장사(長蛇) 긴 뱀. 굽이굽이 꿈틀거리며 흐르는 황하의 모습을 비유한다.

중원(中源) 보통 중국의 중심부를 '중원(中原)'이라 한다. 황하 중·하류의 한족 문명 발상지를 가리킨다.

사억(四億) 당시 중국의 인구를 어림한 말. '사억 겨레'는 곧 중국 민족 전체를 뜻한다.

심상·해설

별빛 희미한 그믐밤, 끝없는 평야 사이로 뱀처럼 굽이치는 누런 황하를 기차가 우렁차게 건너고, 찬란하던 문명을 낳은 강과 옛 꿈에 잠든 백성을 바라보는 나그네의 감회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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