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할미새
뜰팡으로 슬쩍 내려와
어정어정 할미새.
말도 없이 곁눈질만
힐끔힐끔 할미새.
수줍은 색시처럼
눈치만 슬슬 할미새.
매에게 쫓겼나,
솔개미에 몰렸나,
바람소리에도
눈알은 휘휘 할미새.
나처럼 외로운 게 좋아
빈 뜰을 어정어정 할미새.
주석
뜰팡 '토방' 또는 '뜰'의 방언. 마당이나 집 앞의 평평한 땅.
할미새 물가나 들에 사는 작은 새. 꽁지를 까딱이며 종종걸음 치는 모습이 특징이다.
솔개미 '솔개'의 방언. 작은 새를 노리는 맹금.
심상·해설
빈 마당에 슬쩍 내려와 수줍은 색시처럼 곁눈질하며 어정어정 거니는 할미새의 모습에, 외로움을 벗 삼은 시인 자신의 처지를 겹쳐 보는 정겹고도 쓸쓸한 정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