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1910년대
최후의 염원
얼마나 크고,
얼마나 두려운 힘이기에,
세월이여! 너는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 왔느냐?
밀치고, 또
박차고 하면,
급기야 나는
최후의 항구로 외로이
돌아오지 않는 손이 되리라만,
낙일이여! 나에겐,
아직 한마디 말이 있다.
참말 머리 위엔
별 하나이 없고,
어둔 하늘이
홍수처럼
산하를 덮어,
한자욱 발길조차
나의 고향을
밟을 수가 없다면,
아아, 꺼지려는 눈아!
네 빛이 흐리기 전에,
차라리 나는
호화로이 밤하늘에 흩어지는
오색 불꽃에,
아름다운 운명을
배우련다.
최후의 염원이여!
너는 나의
즐거움이냐? 슬픔이냐?
주석
낙일(落日) 지는 해. 저무는 인생이나 마지막 때를 함께 가리킨다.
손(客) 손님. ‘돌아오지 않는 손’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나그네, 곧 죽은 이를 뜻한다.
산하(山河) 산과 강, 곧 온 국토·강산.
심상·해설
세월의 거센 힘에 떠밀려 돌아올 수 없는 항구로 향하는 이가, 별도 고향도 잃은 어두운 하늘 아래 마지막 말을 토한다. 꺼지려는 눈빛으로 밤하늘에 흩어지는 불꽃에서 아름다운 운명을 배우겠다는, 비장하면서도 처연한 다짐이 남는다.
낭독 지시
Style: 세월을 향한 물음은 떨리듯 비장하게, 불꽃을 노래할 땐 처연히 빛나게, 마지막 자문은 한숨처럼 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