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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1920년대

때

김억 · 1920년대
때의 흐름으로 하여금 흐르는 그대로 흐르게 하여라, 격동(激動)도 시키지 말며, 또한 항거(抗拒)도 말고 그저 느리게, 제 맘에 맡겨 사람의 일 되는 설움의 골짜기로 숨어 흘러 기쁨의 산기슭을 여돌아, 넓다란 허무(虛無)의 바다 속으로 소리도 없이 고요히 흐르게 하여라. 그리하고 언제나 제 맘대로 흘러가는 ‘때’ 그 자신으로 하여금 너의 앞을 지나게 하여라.

주석

격동(激動) 급격하게 흔들어 움직임, 세차게 움직이게 함.

항거(抗拒) 맞서 버티고 거스름, 저항함.

여돌아 에돌아, 멀리 돌아서. '여돌다'는 '에돌다'의 옛말.

허무(虛無) 텅 비어 아무것도 없음. 여기서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궁극의 상태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시간을 거스르지도 다그치지도 말고 제 흐름대로 두라 권한다. 설움의 골짜기를 지나 기쁨의 산기슭을 에돌아 마침내 허무의 바다로 고요히 흘러드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관조하는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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