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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
1920년대

군말

한용운 · 1920년대
「님」만 님이 아니라 그리운 것은 다 님이다 중생(衆生)이 석가(釋迦)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薔薇花)의 님이 봄비라면 마치니의 님은 이태리(伊太利)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느니라 연애(戀愛)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拘束)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그리워서 이 시(詩)를 쓴다 저자

주석

중생(衆生)·석가(釋迦) 중생은 모든 살아 있는 무리, 석가는 석가모니 부처. 부처가 중생을 구제 대상으로 삼듯 중생이 곧 부처의 '님'이라는 뜻.

칸트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 철학이 추구하는 대상이라는 뜻으로 들었다.

마치니 / 이태리(伊太利) 주세페 마치니.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운동의 지도자. 그가 평생 그리던 '님'이 조국 이탈리아였다는 뜻.

저자 글을 지은 사람, 곧 지은이. 이 시는 시집 『님의 침묵』의 머리말 격으로 쓴 글이다.

심상·해설

그리운 것은 모두 님이라 일러 주는 머리말 격의 시로,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갈 길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의 이미지가 시집 전체를 여는 화자의 마음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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