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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2
1920년대

눈 2

박용철 · 1920년대
눈이 어리게 아장거리는 애기같이 비척여 나려올때 나는 가슴을 풀어놓아 이를 맞습니다 눈이 파슬거리는 소리를 내며 쌀쌀히 뿌려 올때에 나의 차가운 이마는 그 외로운 생각에 잠깁니다 눈이 가벼운 옷자락을 오히려 꽃닢같이 휘날릴때면 나는 저 순결속에 어디 그런 방탕한 몸짓이 감초였나 의심합니다 내가 천년앞서 나의 싸꽈와 꽃없는 언덕을 거닐적에 눈은 그 흠없는 비단을 우리위해 얇게 깔아 주었읍니다 우리는 그우이를 걸었읍니다 발자최도 남기지않고 우리는 팔팔팔 피여올라 그우이를 날려갔읍니다 눈이 고요와 광명을 어울려 짠 문의를 따우에 펼때 아모도 손닿을수없이 높은 저별을 딸수는 없읍니다

주석

문의(文義) 무늬. 여기서는 눈이 땅 위에 만들어내는 결과 무늬를 뜻한다.

싸꽈 옛 표기로 '짝'을 뜻하는 말로 읽힌다. 함께 걷는 동반자를 가리킨다.

심상·해설

아기처럼 비척이며 내리는 눈이 흠 없는 비단처럼 언덕에 깔리고, 두 사람이 발자취도 없이 그 위를 날아오르는 순결하고 환상적인 설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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