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야경
땅밑에서 솟아난 어둠이
뭉치고 뭉치어 밤이 되다
가시처럼 뻗친 찬 정기
푸른 별떼들 불러오고
마음 절로 미쳐
밤길 가벼이 들에 나리면
빛은 말도 없이 어둠과 손잡고
밤의 숨결 이슬 되어 귀에 젖다
숲기슭에 번지는 도깨비불처럼
호올로 어둠 속에 서글피 우는 밤
주석
야경(夜景) 밤의 경치.
정기(精氣)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 되는 기운, 또는 사물에 서린 맑고 찬 기운.
나리면 '내리면'의 옛 표기.
심상·해설
땅에서 솟아 뭉친 어둠이 밤이 되고, 가시처럼 찬 정기가 푸른 별을 부르며, 빛과 어둠이 손잡은 들판에서 도깨비불처럼 홀로 서글피 우는 적막한 밤 풍경이다.